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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Animals(Animalism)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동물들 중에서도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21세기 중반, 인류는 유전자 지도를 완성함으로써 맞춤형 의학 및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머지 않아 생명체의 모든 유기적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적 장치의 생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인류의 오랜 열망, 노화와 질병의 완전 정복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발전이 인간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2070년에는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가진 동물 실험체가 등장했다. 러시아의 기밀 연구실에서 이반이라는 이름의 침팬지가 체스를 배운 것이다. 연구원 중 한 명이 이반에게 체스 게임을 소개한 후, 놀랍게도 침팬지는 게임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곧 일부 연구원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보는 공개 조사와 윤리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비밀에 부쳐졌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일까, 동시기에 인간의 신체적 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외골격 수트가 개발되었다. 이로써 인류는 SF 소설에서나 볼 수 있던 수준의 물리력 발휘를 시작했다.

이러한 발전은 22세기에도 계속되었다. 2100년, 전세계에 DNA 커스터마이징 상품이 출시되었다. 기업들은 심미적 조정, 근력 강화는 물론 특수 목적 신체 개조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대로 신체를 수정할 수 있도록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그 결과로 인류는 기계화된 신체와 영생을 얻었다.

2120년, 인류의 과학적 호기심은 확장되어 DNA 변형을 동물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외형이 인간과 유사해진 동물들이 등장했고, 상당수의 동물이 직립보행 및 손을 사용하는 형태로 개조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동물의 지능 또한 소폭 향상되었다. 이에 인류는 비교적 낮은 지능의 동물을 활용하는 것이 인공지능 로봇의 사용보다 안전한 선택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개조된 동물들은 인간을 대신하여 노동자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동물 노동자의 등장으로 지구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예시로, 2123년 비극적인 오리온 우주선 추락 사고 당시에 유전자 변형 돌고래 무리가 구조 업무에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돌고래는 해양 비상사태에서 최초 대응자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동물의 활약은 노동의 대체에 그치지 않았다. 2125년에는 개조된 사자 그룹이 작곡하고 공연한 오페라인 “사바나 심포니”의 개막이 있었다. 유전적 변조를 통해 강화된 그들의 독특한 포효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탄생시켰다.

인류에게는 불행스럽게도, 동물의 진화속도는 인간이 예측한 범위를 아득히 벗어났다. 2128년, 침팬지 그룹이 그들만의 규칙을 제정하고 리더를 선출하면서 자체적인 거버넌스 형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 조직에 대한 새로운 이해력 및 그들의 급증하는 지능에 대한 강력한 증거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각과 지능의 의미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으며, 곧 동물 자율성에 대한 요구를 위한 발판이 되었다. 이는 또한 인간이 빠르게 진화하는 동물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결국 2140년,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퍼진 동물들은 자신들의 국제연합체를 구성했다. 인류보다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동물연합(United Animals)의 탄생이었다. 과거 비밀리에 연구되던, 준인간지능의 동물 실험체들이 이들을 이끌었다. 동물연합은 동물의 존엄성, 자유, 평등할 권리를 내세우며 전세계적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들은 이를 동물주의 혁명이라고 칭했다.

혁명은 평화적인 시위로 시작되었다. 2140년 4월, 동물연합이 결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 근처에서 돌고래 떼가 흥미로운 행동을 보였다. 그들은 선박이 인근 항구에 진입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해양 오염 중단에 대한 요구를 표명했다.

그러나 혁명은 곧 파업으로 이어졌다. 2141년 중앙 아프리카에서는 건설 작업을 하던 고릴라 무리가 작업을 중단했다. 고릴라는 공정한 대우, 적절한 휴식 및 안전 보장 없이는 더이상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화를 사용하여 인간 감독자에게 전달했다. 이 사건은 동물이 더 이상 짐을 나르는 짐승이 아니라 존중과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의식 있는 존재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인간은 동물연합의 요구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화된 동물들의 행보는 점점 더 과격해졌다. 2143년에는 문어 무리가 해양 연구 시설을 탈출했다. 그들은 복잡한 기계를 조작하는 능력을 활용하여 해체된 수중 석유 굴착 장치를 점거하고 수중에 그들만의 서식지를 확장해갔다. 이와같이 몇몇 종은 영역 확장을 시작하여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구역으로 숨어들어갔다.

그리고 2145년,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발발했다. 제1차 포스트휴먼 전쟁(The Post-Human War)의 시작이었다.

“만국의 동물들이여, 단결하라!”
“동물이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다!”

그러나, 동물들은 인간의 군대에 맞서면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전반적인 지능 및 신체 강화 수준, 보유 무기 등 전 영역에서 그들은 인간에게 뒤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압도적인 개체 수와 높은 번식력은 전략적 이점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동물연합은 인간의 간섭이 없는 공간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역 안에서, 동물들은 인간을 지구 밖으로 내쫓기 위한 무기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무기는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 동물연합은 우선 인간과 싸우기 좋은 형태인 동물 12종을 선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유사하게 기능하도록 개조 및 기계화된 동물들이 가장 적합했다. 마침내, 연합은 이 12종의 최고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각 타입별 1만 개체의 양산을 앞두고, 동물연합은 폭풍전의 고요함 속에서 본격적인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십이지신 중 쥐, 비갈라(毗羯羅, Vikarala) 대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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