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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Surge), 2018
117_#10-A

해일(Surge), 2018

Acrylic on canvas

130 x 162 cm

우리나라에서 닭은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새이며, 과거 아침이 오는 것을 알려주고, 관직, 다 산을 상징하는 등 길조의 의미를 가진 동물이었다. 지금의 닭은 ‘Chicken’이라고 하면 대부분 먹거리 의미로 크게 퇴색되었다. 이것은 소나 돼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는 특징이 많은 동물을 무수히 반복하여 다른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처음부터 똑같은 대상을 반복 시킨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하나의 대상을 잘 그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관찰을 통해 하나의 대상을 완성했고, 비로소 완성된 대상은 그제야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게 한 번 더 하나 더 반복된 것이다. 이는 나의 성격과도 연관이 되어있다. 틀리기 싫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누구나 잘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듯, 나 또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모든 일을 반복하며 부단히 애를 썼다. 이것은 기저에 깔려있는 나의 성향이다.

어느 날 젖소를 꽤나 많이 겹쳐 파도 같은 형상 하나를 만들었는데, 이 형상이 매우 흥미로웠다. 반복적인 대상이 내게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겹쳤을 때 나오는 형상이 시각적으로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같은 모양을 겹치니 새로운 형상이 되는 사소한 작업에서 시작된 나의 작업은 예상치 않게 정말 혹독한 노동을 주었다. 이 반복된 대상과 대상을 그리는 나의 노동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대상을 이미지 위주로 바라보다가 대상에 대한 관심도 진지하게 갖게 되고, 동화되기도 하였다. 특히 젖소를 그리며 소가 소가 된다고 느껴본 적이 있다. 옛날 소를 경작에 사용하던 때 소가 쉬는 시간이 없이 일해 소처럼 일한다는 말이 있다. 부지런하고 노동적임을 응축한 말이다. 그것처럼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동물처럼 동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얼마 전에는 호랑이를 그리며 어흥 어흥 하며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동물처럼 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는 형태는 정해 놓는다기보다는 동물을 반복하여 그리면서 변화한다. 동물을 그리는 노 동을 통해서 일 것이다. 동물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이 동물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라는 물음도 던지고, 혹시 어디론가 가고 싶지 않을까? 라는 여러 가지 물음을 가지며 그림은 변화한다. 그림 안 같은 동물들 중 다른 모습을 가진 동물을 숨겨 놓았는데, 이것은 동물을 그리며 동화된 ‘나’이다. 형태는 별, 하트, 산, 등등 여러 가지 형상을 가지는데 나와 대상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사랑하고 싶은 마음,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등을 의미한다. 닭의 붉은 벼슬, 젖소의 검정 얼룩과 흰 털, 호랑이의 줄무늬 등등 특징을 가진 대상을 반복하여 점, 선으로 보이게 하여 형상을 만든다. 대상에 대한 연구는 노동의 시작됨과 함께 시작된다. 내가 이토록 힘들게 반복하는 대상의 정보를 찾아보고 연구한다. 사실 우리는 동물을 바라볼 때 닭, 젖소, 원숭이 등등이라고 부른다. 1번 닭과 2번 닭은 다름에도 이름은 하나이다. 이 이름들이 어느 날 너무 이상하게 다가왔다. 다름을 가진 동물인데 하나의 종류에 묶여 개성 없이 보이는 동물들에게 여러 가지 색도 입혀주고, 각자의 특징을 붓으로 표현해 주고 싶었다. 내가 그리는 십이지신 중 닭(봉황), 소, 개, 토끼, 호랑이 등의 동물들은 과거 좋은 의미를 담은 수호의 의미를 가진 동물이었지만, 그 의미는 이제 퇴색되고 개체의 의미보다는 한 종류에 묶여 있다. 이들이 모여 다른 형상으로 보이게 하여 각 동물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환원시키고자 한다.

조우, 빛이 되다(A Chance encounter, Be the light of the world), 2022

중첩된 닭 3(Overlapping chicken 3), 2021

푸른 밤을 날아서(Flying on a blue night), 2022

조우, 첫만남(A Chance encounter,First meeting), 2022

나만믿고 따라와(Trust me and follow me), 2022

The girl's Twilight room with the monkey, 2018

미술관을 품은 호랑이(The tiger that embraces the art museum),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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